1.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2022년 넷플릭스의 화제작 <더 글로리>는 시청자들이 열광한 시리즈였습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가 통쾌하게 다가 왔으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의 피해를 입고도 그냥 평범하게 살아온 일반인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수년간 복수를 계획하며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 받은 만큼의 상처를 되돌려주는 주인공이 되어 보는 상상을 해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최근 OTT에 방영된 <소년 시대> 역시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로 시청자들은 학교 폭력 앞에서 좌절하지 않은 주인공의 불굴의 의지에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이처럼 수많은 영화의 소재로 채택되는 학교 폭력, 누구에게나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이 시대의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도 학교 폭력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 사례를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 사례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이 책은 학교 폭력 예방 관련 도서로 좋습니다.
2. 천지가 죽었다
이 책은 학교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한 천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 제목 <우아한 거짓말>은 역설적인 상황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우아할 수 없습니다.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끕니다.
우아한 거짓말은 결국 우아한 척하며 교묘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말로 진실이 아닌 거짓된 우정을 상징하는 의미입니다. 작가는 말로 인한 학교 폭력이 자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가해자 화연이는 천지를 자신의 동등한 친구가 아닌 들러리고 생각하고 천지에게 접근합니다. 화연이는 천지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천지에게 나쁜 행동을 스스럼 없이 행합니다. 생일파티 시간도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알려주고 메신저를 이용해 교묘하게 천지만 따돌리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신체에 외상을 입히는 폭력이 아닌 말로 교묘하게 천지를 고립시키며 괴롭힙니다. 친구가 없는 천지는 이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합니다.
3. 천지가 죽은 이유 찾기
천지의 언니 '만지'와 천지의 엄마는 천지의 죽음을 찾기 시작합니다. 화연이가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며 천지가 죽게 된 이유를 찾아갑니다. 독자들은 모범생이었던 천지가 왜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갑니다. 학교 안의 많은 아이 속에서도 진정한 친구를 찾을 수 없었던 천지, 그런 천지를 단짝인 것처럼 교묘하게 이용했던 화연이의 말과 행동, 천지를 둘러싼 상황은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결국 뜨개질 실타래에 담긴 천지의 유언장을 하나, 둘 풀어보며 청소년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천지의 안타까운 상황에 마주 서게 됩니다. 천지가 빌렸던 도서관 속 제목을 통해 천지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게 되고,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의 현재의 모습들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책은 수수께끼 형식으로 천지의 유언을 열어보는 과정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져 책을 읽는 흥미가 지속됩니다. 어떤 괴로움이 있었기에 천지가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천지의 유언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요? 등 죽음의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스토리로 구성되었습니다.
4. 폭력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용서(容恕)의 사전적 의미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준다’입니다. 화해(和解)란 싸움하던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 없애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지의 엄마는 상대방에게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말아요. 말로 하는 사과는 용서가 가능할 때나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게 되면 억장에 꽂혀요. 게다가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하는 건 아니지요. 그저 자기 숨을 구멍 파놓고 장난을 치시는 거예요.’라는 말로 용서를 거부합니다. 반면 천지가 화연에게 남긴 유언은 ‘알아도 가슴에 담아 둘 수 없었을까? 가끔 네 입에서 나온 소리가 내 가슴에 깊이 꽂혔어. 그래도 용서하고 갈게. 처음 본 너의 웃음을 기억하니까.’입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용서하는 유언을 남깁니다.
작가는 왜 이처럼 극단적인 자살을 통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도 왜 가해자를 용서해주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화연이 역시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하는 나약한 청소년이었기에 작가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용서와 화해라는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5. 용서와 화해 그리고 견디는 힘
각종 매스컴을 통해 우리는 청소년 우울증, 학교 폭력, 자퇴, 자살 등 심각한 문제들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과 상식적이지 않은 가해자들의 태도에 분노하게 됩니다. 작가 역시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인식하며 이 소설을 창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김려령 작가의 선택은 결국 용서와 화해, 그리고 견뎌내라는 다독임입니다.
천지의 마지막 유언은 우울증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지? 어려움을 잘 견뎌주어서 고마워.’
어려움을 잘 견디고 스스로 이겨내면 될 거라는 격려와 위로의 말.
이 책을 읽으면서 말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말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지와 같은 힘든 청소년들이 모두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아픔과 상처가 있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들이 우리 주변에서 모두 사라지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학교 폭력과 관련된 다른 책을 읽고 싶다면 황영미 소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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