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청소년 이야기
2019년에 출간된 황영미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제9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몇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이 책은 현실에서 있음 직한 일들이 개연성 있게 드러나 있어 내용에 대한 몰입도가 높습니다.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실제로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내용이 깊이 있게 담겨 있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체리새우’라는 비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리새우’는 원래 ‘체리 새뱅이’라는 관상용으로 인기 있는 민물새우입니다. 수조 가득한 어항에서 헤엄치는 빨간색 새우가 유독 다현이에게 굳건한 생명체처럼 생동감 있게 보였나 봅니다. 자신을 ‘체리새우’와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다현이’. ‘다현이’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다현이’의 성장을 보며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됩니다.
2. 드러나지 않는 상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 문제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 은근한 따돌림 ’의 경우 특성상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워 고통이 가중된다고 합니다. 2023년 3월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은 5만3천 800여 명으로, 3만6천 300여 명이었던 전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예방 교육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피해 유형에서는 ‘언어를 이용한 괴롭힘’(41.8%)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신체적 괴롭힘’(14.6%), ‘집단 따돌림’(13.3%) 등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 청소년들에게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다현이’도 ‘은근한 따돌림’의 대상이었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아이들의 주목을 받고 미움까지 받게 된 학생입니다. 그렇게 무시당하던 ‘다현이’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다가옵니다. ‘설아’, ‘아람이’, ‘병희’, ‘미소’까지 4명의 친구 ‘다현이’에게 다가와 ‘다현이’는 그 친구들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선물도 하며 책도 가져다주는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합니다. ‘다현이’는 ‘은근한 따돌림’에 대한 상처가 커서 어떻게든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친구들의 비위를 맞춰줍니다. 특히 은근한 따돌림 대상인 ‘노은유’가 짝이 되어도 ‘은유’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합니다. 친구들이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3. 내 마음대로 하기가 힘든 현실
우리는 흔히 청소년들의 또래 문화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래(peer)란 신체적, 정서적 발달이 비슷한 시기를 가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동일시되어 함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자아개념을 확보하고 독립심을 키우는 등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기를 원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합니다. 그래서 가족만큼 중요한 것이 또래 친구들이며 어쩌면 학업(성적)보다 우위에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때 비로소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안정된 학교생활이 가능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또래 친구 중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혀 따돌림을 받게 되면, 타당한 이유 없이도 외톨이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현이’는 따돌림을 받아 왔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국어 수업 시간에 모둠별 수행평가는 ‘다현이’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만듭니다. 바로 ‘은유’와 함께 마을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은유’는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라 다현이는 함께 하고 싶은 마음과 피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받아줄 수 없는 친구들 사이에 있던 ‘다현이’는 괴로워합니다.
4. 다른 친구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은유’, ‘시훈이’, ‘해강이’와 함께 국어수행평가를 진행하며 ‘다현이’는 ‘은유’를 알아갑니다. 친구들에게 들었던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은유’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은유’와 다니는 것을 본 친구들은 ‘다현이’를 다시 배신자로 낙인을 찍습니다. 자기들끼리만 영화를 보러 다니며 은근히 ‘다현이’를 소외시킵니다. 친구들로부터 또다시 상처받는 ‘다현이’는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 나타납니다. 질병으로 결석해도 아무도 다현이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이처럼 힘든 시기에 ‘해강이’와 ‘시훈이’, ‘은유’가 ‘다현이’의 마음을 지탱해 줍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현이’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특히 ‘은유’는 자기 경험을 들려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하려고 해도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것을 권유합니다.
5. ‘체리새우’처럼 굳건해지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그저 자신은 인원수를 채우기 위한 대상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다현이’는 받아들입니다. ‘다현이’는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체리새우’처럼 굳건해지는 행동을 합니다. 바로 친구들의 눈치를 보느라 비공개로 운영했던 ‘체리새우’를 공개로 전환한 것입니다.
‘다현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겠지만 뿌리를 단단하게 내린 나무처럼 우뚝 서고자 합니다. 바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우리들은 ‘다름’을 ‘틀린 것’으로 인식할 때가 많습니다. 또래 집단에서도 ‘다름’을 ‘틀림’으로 보고 따돌리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다현이’는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다름을 당당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비밀글들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결심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움츠러들었던 자아가 당당한 자아로 거듭나는 결말. 이처럼 어려움을 극복하는 ‘다현이’의 태도는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줍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 역시 비슷한 괴로움을 겪기도 합니다. ‘다현이’처럼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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