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쥐라기 공원의 감동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 <쥐라기 공원>이 출간되었을 당시가 떠오릅니다. 호박 화석 속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채취하고 이를 양서류의 유전자와 결합는 방법으로 공룡을 재탄생 시킨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습니다. 과학 실험의 결과로 다양한 공룡들을 다시 만들어냈고 공룡들이 사는 공원을 만든다는 상상력에 박수를 쳤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물론 책 속에 소개된 공룡들의 모습과 습성을 상상하며 손에 땀을 쥐고 책을 읽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책의 상상력을 영화로 구현해 냈습니다. 1993년 제작된 <쥐라기 공원>은 책 속의 상상력과 스토리를 화면 속에 담았습니다. 6,3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당시 전 세계적으로 10억 2,9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폭발적인 흥행을 일궈냈다고 합니다. 물론 공룡의 생동감 있는 모습들은 실제가 아닌 CG로 재현해 낸 것입니다. 그러나 공룡들의 CG는 마치 라기 시대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감동에 전율하게 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고 여겨질 만큼 <쥐라기 공원>이 주는 감동은 놀라웠습니다. 영화 속 공룡들의 존재를 믿고 있던 어느 날, 정재승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과학적으로 무지한 자신에 대해 자책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으며, 과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흥미를 돋워주며 영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비과학적 현상’을 알게 되어 ‘옥에 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2. 옥에 티, 과학이 발견한 영화의 오류
이 책의 파트 1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옛날 영화들에서 과학적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할로우 맨, 콘택트, 쉬리, 아마겟돈, 쥐라기 공원, 데몰리션 맨, 고질라, 뽀빠이, 페이스 오프, 죠스, 은하철도 999, 스타 워즈, 블루썬더』
앞에서 소개한 대로 <쥐라기 공원>의 과학적 오류는 ‘쥐라기 공원에는 쥐라기 공룡이 없다.’입니다. 이 영화에 나온 공룡들 대부분이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 말기의 공룡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익히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 트리케라톱스 등 주인공 격인 공룡들이 사실은 백악기 공룡이라고 하니 제목을 바꾸는 것이 좋을 뻔했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없는 대중들을 위해서는 말입니다. 공룡의 부활 문제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었는데 하나는 ‘수천만 년이나 된 화석 속에서 온전히 보존된 공룡 DNA를 추출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DNA만으로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가’입니다.
과학자들은 호박 속에서 발견된 고생물들의 유전 물질이 모두 심하게 변형된 상태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결국 공룡 DNA를 추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자 배열이 완벽하게 재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생명이 탄생하려면 수정란 속에 적절한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며 온전히 보전된 DNA에 알 내부의 적절한 단백질과 효소들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어미의 유전자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역시 공룡을 부활시킨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자연환경에서 공룡들이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수많은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멸종된 공룡을 재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또한 영화 속 오류를 잡아내려는 과학적으로 접근 역시 지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이 장면은 꼭 있다. SF영화 공식에서 만난 과학
SF영화란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따라서 SF라는 장르는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입니다.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객들은 SF에 나온 과학이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이 책의 파트 2에는 주로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아폴로 13호, 로스트 인 스페이스, 토탈 리콜, E.T, 스피어, 더 플라이, 스타게이트, 007 시리즈, 프레데터, 체인 리액션, 트위스터, 잃어버린 세계』
UFO는 실제로 존재할까요? 이는 토론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논제입니다. 레이더나 카메라에 물리적으로 포착된 UFO가 만약 존재한다면, 우리보다 지적인 외계 생명체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UFO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직각으로 회전을 하는데 이는 관성질량이 거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대 과학으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울러 UFO에서 내려온 외계인들과 접촉했다는 사례도 많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외계인은 정말 존재할까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환경에 따라 그 환경에 맞게 신진대사를 하는 생명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적당한 환경에서 발생한 지적 생명체가 우리와 통신할 확률을 실제로 계산하였는데,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조 개의 행성 중 약 10개 정도는 문명 세계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스티븐 호킹 역시 강연에서 지구 외의 행성에도 생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신념을 밝혔는데, 이처럼 많은 과학자들이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역시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영화 <E.T>를 제작하였습니다. <E.T>가 다른 외계인 영화와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외계인의 지구침략이 아니라 인간과 외계인의 공존,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영화라는 점입니다. 우리와 다른 누군가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아닌 이질적인 존재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한 것입니다. 외계인이야말로 인간과 가장 다른 이질적인 존재인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한 편으로 외계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가진 시각을 돌려놓은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영화가 과학에 묻다
정재승의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책의 마지막 파트는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 과학입니다.
『바이센티니얼 맨, 포켓 몬스터,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애드 TV, 토이 스토리 2, 스파이더맨, 배트맨 포에버』
로봇 공학의 발전으로 이제 레스토랑에서 접시를 치워주는 로봇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999년 11월 미국의 과학 잡지 <디스커버>에는 MIT 박사과정 학생 '신시아 브리질'이 만든 로봇 ‘키즈멧’이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기사 제목은 ‘인간을 사랑하게 된 로봇’입니다. 로봇은 과연 인간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화 <바이센티니얼 맨>은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이 등장합니다. 자유를 원하는 로봇 ‘앤드루’는 “자유는 오직 인간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라는 말로 법의 판단을 받아 자유를 쟁취합니다. 또한 로봇 ‘앤드루’는 인간 ‘포샤’와 사랑에 빠져 결혼신청서를 내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합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늙어 죽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설정한 뒤 세계 의회에서 인간이라는 승인을 받습니다. 법적으로 결혼을 인정받지만 그 소식을 듣지 못한 채 200살 생일에 ‘포사’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과 같은 감정과 육신을 갖는다면 과연 로봇이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미래 과학에 대한 철학과 도덕적 가치, 윤리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간인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다줍니다.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영화 정보를 알 수 있으며 관련된 과학 지식을 알 수 있어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합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재승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시고 싶으시다면 <열두 발자국>을 소개해 드립니다.
2024.01.12 - [청소년 도서 추천] - 청소년 도서 추천┃ 정재승『열두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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