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녀 교육을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는 세상
2018년 JTBC에서 방영한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 <스카이캐슬>에는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는 우아하지만 내면은 추악한 다양한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자녀들을 최고의 명문대에 넣기 위해 불법도 쉽게 저지르는 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한 사례로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 물건을 훔치는 일탈 행동이 나왔습니다. 시청자들은 부모라면 당연히 아이들의 잘못을 꾸짖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편의점 주인에게 아이들이 훔친 물건값을 배상하는 부모의 모습이 나옵니다. 여러 번 해왔던 일인듯 매우 익숙하게 말입니다. 공부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에게 이 정도의 일탈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잘못을 부모의 재력으로 감싸는 장면입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아이들은 잘잘못을 가리는 분별력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
이 소설 역시 비뚤어진 엄마의 욕망과 무관심한 아빠의 태도를 통해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비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성적 스트레스
2015년 MBC '경찰청 사람들'에서 방영된 한 고등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은 <가짜 모범생>의 소설 속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2011년,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학생은 학교에서도 유명한 모범생이었습니다. 성실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었고,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2등을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엄마는 어릴 때부터 성적 향상을 위해 자식에게 과하게 공부하라고 했습니다. 엄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학생은 성적표를 조작하게 되었고 거짓말을 들킬까봐 겁이 난 나머지 엄마를 해칩니다.
이 학생은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소설 <가짜 모범생>은 우리 시대의 학업 스트레스와 관련된 가정 내 비극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구이지만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 아니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녀가 있는 학부모라면 꼭 읽어야할 책입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건강한 가족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쌍둥이 건휘, 선휘의 이야기
병원장의 딸로 명문대 피아노 학과를 나온 엄마는 40살에 임신을 하여 남자 쌍둥이를 낳습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대종 이모와 인연으로 대종교 도인을 만나게 됩니다. 두 아이가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말 한마디를 진짜로 믿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건휘와 선휘를 특별하게 키웁니다. 유기농 음식, 수소수 물 등 먹거리를 비롯하여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똑똑한 두 아들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마는 쌍둥이 형 건휘가 전교 1등을 놓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랑의 매라며 몽둥이를 들고 때렸고 아버지는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방관합니다. 아이들이 육체적으로 성장하자 형도 엄마를 밀치고 때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엄마는 형에게 맞아 다쳐도 아무 일도 없듯이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건휘는 친구들과 농구를 하다 한솔이와 싸우고 그의 목을 조릅니다. 한솔이는 의식불명이 되고 엄마는 동생 선휘에게 형의 잘못을 뒤집어 쓰라고 말합니다.
결국 동생 선휘가 형 대신에 자수하지만 한솔이가 깨어나면서 형인 건휘를 진범으로 지목합니다. 형은 소년원 가기 하루 전날, 화장실에서 죽음을 선택합니다. 엄마는 형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평소처럼 살아갑니다. 형에게 기대했던 몫을 동생 선휘에게 기대하며 공부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습니다.
형의 죽음으로 늘 괴로워했던 선휘는 숨 막힐 듯한 현실에 계속 콜라만 마십니다. 답답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선휘에게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 은빈이가 다가옵니다. 수학 9등급으로 공부를 못하는 은빈이는 뮤지컬과 노래에 재능이 있습니다. 은빈이네 집에 놀러가서 공부 말고도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난 형이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해야 할 것 같았어. 지금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닌 가짜야. 형이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나 역시 쌍둥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따라 했었어.』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자 노력하는 선휘, 그러나 엄마는 선휘의 성적 하락의 요인을 미혼모 딸 은빈이 탓으로 돌리며 은빈이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한계에 다다른 선휘는 형의 상황을 떠올리며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합니다. 그 상황을 목격한 엄마는 충격을 받고 결국 선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그리고 선휘에게 엄마가 달라지겠다고 약속합니다. 엄마의 진심은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결국 선휘에게 자유를 줍니다. 선휘는 휴학을 하고,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4. 형의 편지, 다시 시작하는 삶
『선휘야, 먼저 이 글을 본다면 날 용서해줘. 나는 알고 보면 진짜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어.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지. 너라면 날 조금 이해하지 않았을까. 왜 이렇게 비겁하고 못난 형이 됐는지 나도 몰라. 내가 지금까지 거뒀던 승리가 다 가짜라는 것을 알아. 넌 나처럼 되지는 마. 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 거야.』
자식을 위해 부모가 희생하고 있다라는 전제 조건의 올가미 속에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른 채 성장합니다. 입시생 자녀를 키워본 부모라면 상위권이 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노력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지를 알 것입니다. 초등학생도 새벽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용서와 사랑으로 마무리됩니다.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엄마가 잘못을 인정하고, 자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줍니다. 선휘가 형의 죽음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멋지게 펼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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