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드 스트라이크'의 의미
구병모의 <버드 스트라이크>는 2019년 출간된 소설입니다. 제목 ‘버드 스트라이크’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나 순항 중에 조류와 부딪히는 현상으로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을 의미합니다. 책 제목이 ‘조류와의 충돌’을 의미해서 비행기 사고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예측하고 첫 페이지를 열면.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떨어진 한 남자가 날개를 가진 인간인 익인(翼人)을 만나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날개를 가진 인간은 실제로 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구병모의 <버드 스트라이크>는 판타지 소설이며 인간과 익인의 갈등 구조, 즉 이질적인 두 개의 세계가 어떻게 삶의 방식을 취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흡사 영화 <아바타>를 연상하게 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그림 그리듯 묘사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의 프롤로그를 읽은 후 등장하는 인물 ‘비오’와 ‘루’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책 읽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립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 스토리를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을 느끼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되고 소설의 앞뒤 내용이 딱 맞아떨어져, ‘한 편의 완성된 대작을 읽었다,’라는 감상을 하게 됩니다. 청소년 소설로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내용이 담겨 있으나,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년식의 개념이 소설에 서술되어 있어 ‘영어덜트’ 소설로 분류되는 것이 적합해 보입니다.
2. '버드 스트라이크'의 두 세계
이 책에는 사막 너머에 사는 날개를 가진 인간, 익인(翼人)이 사는 세계와 도시에 사는 인간의 세계로 이분화되어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익인의 세계: 그들이 사는 세계는 자연 친화적이며 ‘초원조’의 신령스러움을 잇고 있는 종족으로 모든 익인은 커다란 날개를 보유하고 있어 필요할 경우 등에서 나옵니다. 커다란 날개가 몸 속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으며 그들은 상대방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치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혈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종족과 결혼하지 않습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사는 삶을 중시하며 개개인의 마음을 존중해 줍니다.
인간의 세계: 냉정하고 이성적인 도시에 사는 인간은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도자인 ‘시행’의 통치를 받고 법을 지키며 군사를 훈련 시켜 도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과학 발전을 위해 연구하며 군사력을 키웁니다. 그래서 자연 친화적인 익인들보다 힘의 논리에 있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익인들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고 있으나 점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산물들을 무리하게 요구합니다.
3. 주요 등장 인물
‘비오’: 익인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로 익인들과 달리 키가 크며 날개는 매우 작습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도시에 왔다가 잡히고 ‘루’를 이용하여 도시에서 탈출합니다. 익인의 마을에서도 이방인의 대우를 받았던 ‘비오’는 ‘루’의 처지가 자기와 비슷한 것을 알고 마음을 엽니다. ‘루’의 제안으로 익인들의 마을에서 성년식을 치를 수 있게 된 ‘비오’는 ‘루’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이 자기 대신에 도시 군인들에게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구하러 도시로 떠납니다. 올곧은 마음과 용기를 갖고 있으며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루‘: ’시행‘과 그의 수석 비서 ’아마리‘의 딸로 현재 ’시행‘인 ’휴고‘의 이복동생입니다. 도시 밖 과수원에서 자랐지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인 ’아마리‘ 곁으로 옵니다. 그러나 ’루‘ 역시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이방인입니다. 익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비오‘를 만나게 되고 ’비오‘의 탈출에 동참하게 됩니다. 사막을 넘어 ’비오‘가 사는 ’익인‘의 마을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비오‘의 가족들로부터 환대받고 편안하고 여유 있는 순간을 누립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비오‘와 함께 도시로 돌아옵니다. 생각하는 바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단호함과 용기가 있습니다. 혼혈아인 ’비오‘의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포용력이 뛰어납니다.
4. 주요 줄거리
익인들의 조상 무덤이 파헤쳐지고 ‘비오’의 아버지가 사라집니다. ‘비오’는 이 사실에 대해 항의하러 익인들과 함께 도시에 오게 되었다가 혼자만 도시 경비병들에게 잡힙니다. 익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던 ‘루’는 그를 보러 왔다가 오히려 ‘비오’가 탈출하도록 돕게 됩니다. 날 수 있는 ‘비오’는 ‘루’와 함께 넓은 사막을 날아 자기가 사는 익인의 마을로 갑니다. 그곳에서 ‘루’는 따뜻한 보살핌을 경험하며 익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배웁니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며 자기가 가진 한 줌의 체온이라도 베풀고 나눠 주는 본성, 마음을 전부 주는 익인들의 삶의 태도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편 ‘마이’는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으로 남들 모르게 익인의 생체를 연구하고자 하며 사건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혼혈아인 ‘비오’와는 이복형제입니다. 그는 군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비오’를 잡았지만 ‘루’와 현재 시행인 ‘휴고’의 발 빠른 대응으로 모든 잘못이 드러나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없애기 위해 연구실을 무너뜨리고 그 결과로 ‘비오’의 동생이 죽게 됩니다. 이에 분노한 ‘비오’로 인해 ‘루’가 다치게 됩니다. ‘루’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 있던 ‘비오’는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그런 ‘비오’를 찾기 위해 ‘루’는 비행기 조종을 배웁니다. 도시 사람들은 익인에 사죄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갈등을 풀어나갑니다.
5. 이 소설에 대한 평가
‘버드 스트라이크’는 익인과 인간 세계의 충돌을 의미합니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갈등하고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올곧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합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용서하고 화해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익인의 이방인 ‘비오’와 인간의 이방인 ‘루’, 상처받은 두 인물이 만나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익인들의 세계는 마치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환상의 세계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람만큼이나 큰 크기의 나뭇잎들, 스무 명이 되는 어른들이 양팔을 한껏 벌려 둘러쌀 수 있는 어마어마한 나무 기둥을 가진 하늘 끝까지 뻗어있는 ‘홀림목’에 대한 묘사는 경이롭습니다. 아울러 자기가 가진 체온 한 줌이라도 나누려는 익인들의 따뜻한 마음은 냉혹한 도시 생태와 대조적으로 보여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장소이자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예부터 내려온 규율을 잘 지키는 그들의 삶의 태도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소설에서 ‘비오’가 치르는 예식인 성년식은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어른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 움막에서 여러 날 어른들은 삶의 지혜를 전수합니다. 한 명의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알려주는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개개인이 한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임을 일깨워 줍니다.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시험하는 성년식, 성인이 된 그들을 축복하는 축제에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비오’의 모습은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당당하고 멋진 삶의 태도를 내 삶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구병모의 다른 책 <위저드 베이커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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