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의 정의
국어사전에 등재된 꿈의 첫 번째 뜻은 ‘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입니다. 두 번째는 청소년들에게 흔히 묻는 의미인데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을 꿈이라고 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첫 번째 뜻인 잘 때 머릿속으로 경험하는 현상인 ‘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처럼 평범한 일상이 아닌 ‘꿈’에 가치를 매겨 물건처럼 사고판다는 상상력이 이 소설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주목한 대표적인 무의식의 세계는 꿈입니다. 그는 무의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깨어 있는 의식과 다르게 우리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은밀하게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깨어 있을 때의 의식은 말 그대로 인간이 스스로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은 그러한 통제를 벗어나 있습니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손님들이 자기가 원하는 꿈을 사서 그 꿈을 꿉니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인 꿈을 원하는 방향으로 꿀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현실에서 못하지만 꿈에서나마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여러분에게는 사고 싶은 꿈이 있나요? 아니면 팔고 싶은 꿈이 있나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 ‘우주를 유영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꿈’, ‘역사 속 인물과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는 꿈’처럼 실제가 아닌 가상의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이 소설에 대한 흥미가 높아집니다.
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주인공 ‘페니’가 사는 도시는 먼 옛날부터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며 발달한 곳입니다. 백화점이 있는 거리에는 잠에 빠진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노숙자가 아닌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이 도시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높은 수준의 연봉과 고풍스러운 건물, 각종 인센티브 제도 무엇보다 달러구트 씨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영광이 있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페니’도 면접시험에 통과해 이곳에 취직합니다.
꿈 백화점을 운영하는 달러구트 씨는 ‘시간의 신’의 제자입니다. 시간의 신은 첫 번째 제자에게는 미래를, 두 번째 제자에게는 과거를, 세 번째 제자에게는 현재를 공평하게 나눠줍니다. 그러나 첫 번째 제자는 미래만 생각하다 과거를 모두 잊고 안개 속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 둘째는 좋았던 과거의 기억에 갇히고 이별과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동굴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시간의 신은 그들의 문제를 알고 셋째인 ‘달러구트’에게 요청합니다.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 있도록 해라. 그 그림자들은 꿈이다.’
잠든 시간을 다스리는 능력을 지닌 달러구트는 5층으로 구성된 꿈 백화점에서 다양한 꿈을 사고파는 일을 합니다. 이곳은 ‘사랑하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나오는 꿈’,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것들을 할 수 있는 꿈’, ‘누구든 싫어할 악몽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꿈’까지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곳입니다. 꿈을 사는 비용은 자고 일어나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부자들만 꿈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살 수 있고 그 꿈을 느끼며 잠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매 조건이 매우 공평합니다.
꿈 백화점 1층은 특별하고 귀한 한정판 명품관 코너, 2층은 평범한 일상과 추억 코너, 3층은 획기적이고 활동적인 꿈 코너, 4층은 낮잠용 꿈 코너, 5층은 팔다 남은 꿈을 판매하는 코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니’는 일이 많아 다들 꺼리는 1층에서 일하기로 합니다. 1층부터 5층까지 백화점의 모습이 상상이 되나요? 해리포터의 상상력만큼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알록달록한 판타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영화로 만든다면 너무 재미있을 만한 장소입니다.
3. 꿈과 관련된 에피소드
‘페니’는 201번 여자 손님 ‘아영’에게 짝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팝니다. 짝사랑의 감정이 커지면 결국 더 큰 상처를 받으리라고 생각한 ‘페니’는 꿈을 팔지 않으려고 합니다. 달러구트는 꿈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 자신이기 때문에 그녀를 믿어보자고 합니다. 한편 2층 추억 코너에서 옛 연인이 나오는 꿈을 사는 남자 ‘종석’이 있습니다. 달러구트는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설렘’을 추천합니다. ‘아영’과 ‘종석’은 꿈속의 감정을 살려 현실에서 실제 연인이 됩니다.
한편 시험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던 여자 손님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꿈을 꾸게 되어 백화점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여러 차례 자기의 트라우마를 꿈으로 꾸며,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대가로 대량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줍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회피하기보다 어려움에 맞서는 자세, 그녀는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난 지금까지 잘해 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해 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은 잘해 낼 거야.’ 그녀가 꾼 꿈은 도피성 꿈이 아닌 도전의 꿈입니다.
4. 꿈 시상식
이 소설의 아이디어는 꿈을 사는 손님과 파는 직원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꿈을 제작하는 제작자들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최고의 꿈은 연말에 그랑프리 시상식에서 시상을 받게 되는 설정입니다.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꿈을 그들은 찾아내려고 하겠죠? 악몽, 태몽, 동물의 꿈, 하늘을 나는 꿈, 황홀한 자연, 크리스마스 꿈 등 드라마 PD처럼 꿈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제작자들이 나옵니다. 수상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공간이든, 시간이든, 신체적 결함이든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는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는 독수리가 되는 꿈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가 보이지 않은 올가미를 만들어 자기를 얽어맵니다.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더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만듭니다. 이런 조건들은 우리의 삶을 지치고 힘들게 만듭니다. 제작자의 말처럼 자유로움을 찾는다면 삶이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멋진 조언입니다.
5. 각기 다른 꿈을 꾸다.
이 소설에서는 반려견이 ‘주인과 노는 꿈’, ‘산책하는 꿈’을 꾸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또 무명 가수가 꿈에서 받은 영감으로 곡을 만들고 성공한 가수가 되었는데, 성공 요인은 꿈 때문이 아닌 자기의 노력이었다는 내용도 소개됩니다. 타인의 삶을 대신 꿈꾸며 그가 겪은 고통을 알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자기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꿈들은 현실의 모습과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그저 ‘꿈’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열하기보다 꿈을 통해 성장한 인물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이 소설에는 반려동물들의 삶을 예측해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주인과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작은 생명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페니’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흡사 내 삶의 일부와 매우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소설을 읽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꿈꾸는 순간, 이것을 그저 꿈으로 상상할지 아니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현실의 나에게 적용할지는 내 선택에 있습니다. ‘꿈’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현실’, 작가는 꿈을 통해 현실을 치유하는 모습을 <달라구트 꿈 백화점>을 통해 서술하며 우리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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