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소년 도서 추천

청소년 도서 추천┃ 손원평『아몬드』

by 넓은길 2024. 1. 26.
728x90

 

책 안내 표지

1.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할까요?

공감(共感)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이나 주장 등에 대해 본인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공감 능력이란 타인의 상황을 알고, 타인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내가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따라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감정 조절도 잘못합니다. 조급한 성격에 상대방을 과도하게 비판하며 실수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특히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 말을 경청하지 못하며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마음이 삭막해지는 현대인에서 가장 중요한 인성 요소 중 하나가 공감 능력입니다.
2017년 출간된 손원평의 <아몬드>는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입니다.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는데도 청소년 추천 도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다른 소설과 다른 특별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선윤재’는 열여섯 살입니다. 사춘기라는 감정적 기복을 겪어야 할 나이이지만 그는 ‘감정표현 불능증(알렉 시티 마아)’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뇌의 아미그달라 즉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가 태어날 때부터 작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윤재의 병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매일 아몬드를 먹입니다. 그러나 윤재는 병으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합니다. 공감 능력도 당연히 없습니다.
윤재처럼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도 못한다면 어떨까요? 고통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은 윤재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기를 바라고, 소중한 행복으로 인생의 기쁨을 느낀 사람들은 윤재를 불쌍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윤재의 가족인 엄마와 할머니도 ‘감정표현 불능증’에 대한 걱정으로 그를 더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윤재에게 부족한 것이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윤재에게 타인의 감정을 가르칩니다. 이해보다는 외우는 방법을 익히도록 가르칩니다.
 

2. 크리스마스이브, 윤재에게 일어난 일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던 윤재에게 슬픈 일이 일어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열여섯 번째 생일에 엄마와 할머니는 한 사건의 피해자가 됩니다. 윤재 앞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중태에 빠집니다.
주위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정작 윤재는 담담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알렉 시티 마아)’으로 슬픈 감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엄마가 운영하던 '잭방'을 자신이 직접 운영하며 학교도 다닙니다. 그런 윤재를 친구들은 괴물로 여깁니다.
윤재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로봇처럼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모른 채,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를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지니까 그냥 살고 있는 것입니다.
손원평 작가가 소재로 택한 ‘감정표현불능증’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반대로 공감 능력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줍니다. 우리를 괴롭혔던 수많은 감정이 사실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알게 하는 이유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윤재의 안타까운 상황을 소설로 상상하며 윤재와 달리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상태에 감사하게 됩니다.

3. 일탈 청소년 ‘곤이’와의 만남

헌책방을 운영하던 어느 날, 윤 교수가 찾아와 잃어버린 아들 역할을 해 달라고 윤재에게 부탁합니다. 아들을 잃어버린 윤 교수 부부는 슬퍼하며 살아왔고 아내는 결국 병으로 위독한 상태가 됩니다. 윤 교수의 아내를 윤재는 안아줍니다. 그를 아들인 줄 착각하며 그녀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 윤 교수의 진짜 아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자신의 반에 전학을 온 ‘이수’ 즉 ‘곤이’라는 학생입니다. 곤이는 삶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일탈 청소년입니다. 그는 윤재가 자기 대신 아들 노릇을 한 것에 화가 나고 윤재를 괴롭힙니다. 윤재는 엄마가 가르친 대로 세상을 더 이해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나쁜 감정을 표출하는 곤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대부분은 곤이를 두려워하는데 감정이 없는 윤재는 그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지만, 윤재는 무덤덤하고 오히려 침착합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곤이'가 범인으로 몰립니다. 이 일로 화가 난 '곤이'는 가출하고 불량배인 ‘철사형’을 찾아갑니다. '곤이'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윤재는 곤이를 찾아 나섭니다. ‘철사형’은 '곤이'를 데려가는 대가로 윤재를 때립니다. '곤이'는 그런 윤재를 보며 울부짖고, 윤재는 '곤이'에게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윤재는 교과서의 지식처럼 습득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먼 곳에 있다는 이유로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고, 가까운 곳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이 크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곤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4. 윤재의 성장과 새로운 희망

윤재를 보며 '곤이'가 ‘죽지 마, 뭐든 해 줄게, 뭐든….’이라고 외칩니다. 윤재는 곤이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요? 윤재는 곤이에게 매우 평범하게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곤이'에게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과 나비, 벌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말입니다. 윤재의 이 말은 위기의 순간에 나올 말이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행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감 능력이 많은 사람들도 자기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인정하기 싫어하고 외면합니다. 공감 능력이 없는 윤재는 오히려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행동이 오히려 명확하고 올곧습니다. 곤이의 눈물방울이 윤재의 얼굴에 떨어진 순간, 윤재는 몰랐던 느낌을 알게 됩니다.슬픔, 기쁨, 외로움, 아픔 등 자신이 느낀 감정을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윤재는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로소 자신이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윤재가 의식을 되찾은 후, 윤재는 휠체어에 탄 엄마를 만납니다. 그 순간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윤재는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인간이 되었다고 느끼며 눈물을 흘립니다.
로봇처럼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윤재는 사실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훌륭한 인격을 지녔다고 생각됩니다. 감정적으로 성장한 윤재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엄마의 품에 다시 돌아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윤재, 그의 인생이 희망으로 가득 차 더 멋지게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