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2009년 출간된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책 리뷰를 위해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읽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의 스토리에 또다시 몰입하며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는 이 소설의 서술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매우 덤덤하게 전달합니다. 여섯 살에 청량리역에 버려지고 일주일 후에 집에 돌아가게 된 주인공, 그를 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가장 가까운 엄마였습니다. 아버지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서 아이를 찾을 생각조차 안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도 주인공을 보살펴 줄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는 딸을 하나 둔 초등학교 선생님과 결혼합니다. 주인공은 이후 불안정한 가정생활과 어릴 적 상처의 아픔으로 말을 더듬기 시작합니다.
구병모 작가는 인물의 심리를 적절하게 묘사하며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게 만듭니다. ‘건조하지도 않고 눅눅하지도 않은 감정’이라는 표현을 밀폐 용기에 가둔다는 주인공의 상태. 기뻐하지도 못하고 분노하지도 못하는 감정, 그저 숨죽여 하루하루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마음이 여리고 소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감정입니다.
자신의 일상적인 감정들조차 밀폐 용기에 넣어야 하는 주인공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 청소년의 모습, 나아가서는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저드 베이커리>에는 욕망으로 가득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 자신이 모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핵심 줄거리
주인공은 집에서조차 밥을 편안하게 먹지 못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다양한 빵을 사 먹습니다. 주요 고객이 된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간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 특히 새엄마인 배 선생과 그녀의 딸 무희는 주인공의 가족입니다. 아빠와 새엄마인 배 선생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닙니다. 배 선생은 안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얻기를 기대했고 아빠는 집안일을 해주고 주인공을 돌보아줄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 재혼은 주인공에게 지독한 고통을 주기 시작합니다. 배 선생은 친엄마에 대한 거부감이 유독 커서 주인공이 하는 일을 사사건건 반대합니다. 표면으로 괴롭히지 않고 주인공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집에서 입는 복장도 지적하고 자신의 방 외에는 주인공이 침범하지 못하게 눈치를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 무희가 괴롭힘을 당합니다. 학원강사가 그랬다는 무희의 말에 엄마는 검찰에 고소까지 합니다. 여러 번의 질문에 무희가 정확한 답변을 못 하자 엄마가 무희를 다그칩니다. 나약한 무희는 엄마가 무서워서 거짓말로 주인공을 가해자라고 지목합니다. 그 순간 엄마와 아빠는 주인공을 쫓아오고 주인공은 위기를 모면하려고 가출합니다. 24시간 운영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자신의 숨겨달라고 도움을 청합니다. 제빵사 아저씨는 오븐 속으로 몸을 숨기라고 말하고 주인공은 이 가게가 정말 마법사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섯 살에 버려졌던 경험, 친엄마의 부재, 아버지의 재혼 그리고 못된 새엄마 배 선생, 졸지에 가해자로 몰린 주인공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입니다. 살다 보면 불행한 일들을 누구나 경험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들이 하필이면 나에게 일어날까요?’ 원망도 하며 체념도 합니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하는 일들도 끔찍합니다. ‘단지 거기에 존재했었을 뿐’이었는데 그 이유로 미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나는 원망보다는 자신을 조용히 낮추며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지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선택 방식은 불합리한 일에 대해 따지고 싸우기보다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불합리한 일에 저항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독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기까지 합니다.
3.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요 인물
점장 : <위저드 베이커리>의 진짜 마법사. 인간의 욕망을 이루어줄 마법의 빵과 쿠키를 특별하게 만드는 제빵사.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출한 주인공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겉으로는 차갑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보름에 한 번 잠을 잘 때 몽마에게 고통을 겪습니다.
파랑새 : 낮에는 점원으로 지내며 빵집일을 하다가 저녁에는 파랑새로 돌아옵니다. 점장이 살려준 생명 중 하나로 주인공과 점장을 좋아합니다.
교복(여학생) : 학급 라이벌 여학생에게 시험 직전 과자를 줍니다. 배가 아팠던 친구는 답지도 한 칸씩 밀려 쓰고 급한 나머지 교실에서 용변을 보고 부끄러워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교복(여학생)은 장난으로 과자를 샀다고 변명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고 점장에게 항의하는 그녀는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이기적인 인간의 전형입니다.
여자 손님 :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체인 월넛 프레첼’을 주고 자신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열등감에 있었던 남자는 자신보다 우월한 그녀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게 됩니다. 사랑의 유효 기간이 끝난 여자 손님은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전망도 없는 남자라고 그를 비난합니다. 그녀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의 눈을 멀게 해주고 싶다고 점장에게 요구합니다. 타인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사람을 대표합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마법사가 운영하는 장소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가 떠오르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은 부모가 버린 헨젤과 그레텔을 또 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는 나쁜 마녀가 아닌 착한 마법사였습니다. 그의 빵집으로 도망온 주인공에게 홈페이지 관리를 맡깁니다. 주인공은 그에게 인생을 배워갑니다. <위저트 베이커리>의 다양한 손님들이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에게 무자비하게 해를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장의 말을 되새깁니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4. 주인공의 성장과 인생에 대한 감사
주인공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문 목록 중 새엄마 배 선생이 주인공을 해치기 위해 ‘부두 인형’을 산 것을 알게 됩니다. ‘부두 인형’은 미워하는 대상을 대신하는 물건으로 인형에게 상처를 내면 그 대상도 똑같은 상처가 납니다. 그 사실을 알고도 주인공은 자신이 마주할 운명에 대해 용기를 내며 직접 ‘부두 인형’을 배달하려고 집으로 갑니다. 점장은 주인공에게 시간을 돌리는 쿠키를 선물합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집에 도착한 주인공은 동생 무희의 가해자가 자신의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경악합니다. 아빠가 가해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배 선생은 주인공 탓이라며 달려듭니다. 작가는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를 먹는다는 Y의 경우와 먹지 않다는 N의 경우, 두 가지를 결말로 제시했습니다. Y의 경우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모든 경험을 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고, N의 경우는 다시 <위저드 베이커리>로 돌아가는 결론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을 핍박하는 날카로운 현실 속에서도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올곧은 마음을 지키며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주인공의 불우한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결론은 멋진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그렇게 성장한 주인공에게 감사했습니다. 아울러 주인공이 잘 클 수 있도록 그를 지탱해준 <위저드 베이커리>에게도 감사합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소외된 이를 위해 애쓰는 우리 사회의 숨은 공로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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