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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 추천

청소년 도서 추천┃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

by 넓은길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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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내 표지

1. 역설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제목으로 선택된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서 오히려 독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불편하다’라는 단어와 편리한 상점이라는 ‘편의점’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매우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들은 급할 때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매우 친근한 장소입니다. 한 예로 KBS에서 방송되는 <편스토랑>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현대인들에게 영양 많고 맛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출연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입니다. 1등을 차지한 연예인의 요리는 다음날 편의점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립니다. 이처럼 편의점 상품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렇다면 불편한 편의점이란 어떤 장소일까요? 주인이 불친절한 곳일까요? 아니면 고객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파는 가게일까요?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을 선택해 읽게 만듭니다.
 

2. 염영숙 여사와 '독고'의 만남

염영숙 여사는 서울역 기차에서 지갑, 통장, 수첩 등 가장 중요한 것이 담긴 파우치를 분실합니다. 그 파우치를 보관하고 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서울역의 GS편의점으로 달려갑니다. 염영숙 여사는 대걸레같이 떡이 져 있는 장발의 사내, 얇은 스포츠 점퍼와 더러워져 베이지색인지 갈색인지 모를 면바지를 입고 있는 노숙자 '독고’와 만나게 됩니다.
염 여사는 자신의 사례금을 거부한 '독고’를 청파동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서 ‘산해진미 도시락’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배고플 때, 언제라도 도시락을 먹고 가라고 전합니다. 노숙자 '독고’는 폐기 시간에 맞춰 폐기된 도시락을 먹기 위해 매일 편의점에 옵니다. 그리고 편의점 청소도 도와줍니다. 염 여사는 '독고’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야간 아르바이트의 빈자리를 그에게 제안합니다. 그렇게 노숙자였던 ‘독고’에게 머물 곳과 일할 곳이 생깁니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염 여사와의 인연은 그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할 기회를 줍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끼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독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타인을 잘 배려하고 바른 태도를 지닌 '독고’에 관해 궁금하기 시작합니다. 베일에 가린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를 찾는 가족들은 없을까요? 이 소설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독고‘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고'가 이 책의 마지막 수수께끼인 자신이 누군지 발견하는 순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게 됩니다.

 

3.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시현': 염 여사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현'은 공무원 준비를 하는 학생입니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독고'에게 편의점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는 '시현'에게 자신과 같이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 제작을 제안합니다. '시현' 이 만든 영상을 다른 편의점 사장님이 보고 새 점포의 점장일을 제안합니다. '시현' 은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독고'의 아이디어로 정규직을 얻은 '시현' , 그녀는 우리 시대의 성실한 젊은이들을 대표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자 하는 수많은 청년의 모습입니다.
 
'오선숙': 노숙자였던 '독고'에게 선입견이 있었지만, 근무시간 초과하여 편의점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그에게 마음을 엽니다. 가출한 남편과 백수가 된 아들이 있는 '오선숙'은 생계를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선숙' 역시 이 시대의 위태로운 아내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가정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만': 매일 혼자 편의점에 들러 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만 먹는 한 가정의 가장 '경만'. 그는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 들러 매일 술을 먹습니다. 그런 '경만'에게 '독고'는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건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적 상황과 그로 인한 가장의 책무감이 아빠라는 존재를 숨쉬기 힘들게 만듭니다. '경만'은 이 시대의 불쌍한 아버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저녁 식사조차 여유롭게 먹지 못하며 편의점에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경만'을 통해 외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염 여사의 아들 '민식': 아버지의 유산으로 시작한 편의점에 자신의 몫도 있다며 엄마의 재산을 원하는 민식은 '독고'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흥신소에 청탁해 '독고'를 조사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염 여사에게도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말썽꾸러기 아들인 것입니다. '민식'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는 아들입니다. 주변에서 효자들도 많이 볼 수 있지만 '민식'과 같이 부모의 재산을 사업자금으로 유용하려는 자식들도 많습니다. '민식'은 키워주신 부모께 감사하기보다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현대인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4.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기억을 찾은 '독고'

'독고'는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을 잃었습니다. 그런 '독고'를 고용하며 염 여사는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권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면서 '독고'는 점차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아내와 딸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며 성형외과 의사였던 '독고'. 그가 ‘고스트 닥터’에게 대리 수술을 맡기고 다른 환자를 상담하는 사이, 그의 22살 환자는 의료사고로 사망합니다. 이 사건은 뉴스에 보도되고 아내와 딸은 아빠를 비난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변명하다가 가족에게조차 버림을 받고 노숙자가 됩니다.
기억을 찾은 그는 환자의 추모공원 앞에서 잘못을 빌고 용서하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편의점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 코로나로 힘든 대구에 의료 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다시 기차를 탑니다.
 

5. <불편한 편의점>의 의미와 염 여사

염 여사의 편의점은 동네 사람들이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부릅니다. 진열해 놓은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다른 데 비하면 없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만 속에서도 이 공간은 힘든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염 여사가 버팀목이 되어 ‘독고’를 비롯한 아르바이트생들과 고객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독고’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남을 돕고 살겠다는 태도 변화를 가져오게 한 염영숙 여사, 그녀의 삶의 태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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