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화와 전설을 결합하여 만든 새로운 판타지 소설
단군신화에 관한 내용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3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로 내려와 백성을 다스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는 환웅에게 부탁을 하고,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며 백날 동안 햇빛을 보지 말고 동굴 속에서 견디라고 합니다. 이 금기를 곰은 잘 지켰으나 호랑이는 지키지 못합니다. 곰은 ‘웅녀’가 되어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습니다. 신의 아들인 단군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시작이자 특별한 존재로 우리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 김혜정은 단군과 더불어 금기를 지키지 못한 호랑이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호랑이와 곶감’, ‘은혜 갚은 호랑이’ 이야기를 소설 속에 반영하였고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여우를 주인공으로 만듭니다. 여우들과 호랑이의 끝이 없는 반목이 이 소설의 주요 갈등의 포인트입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이 인간처럼 변신하여 오래도록 살 수 있다는 설정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로 만듭니다. 중학교 2학년, 우리 학급에 세 쌍둥이가 전학을 온다면 어떨까요? 매일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흥미로운 일들이 생긴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이 소설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무거운 주제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던지기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과 무한한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2. 오백 년간 열다섯 살이라면?
소설 <트와일라잇>은 17세의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 ‘벨라’가 아빠가 사는 워싱턴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됩니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며 인간인 ‘벨라’는 이질감에 괴로워합니다. ‘뱀파이어’는 불멸의 존재로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벨라’는 결국 사랑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기를 결정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트와일라잇>, 미국의 도서관에 가보면 이 소설과 같은 판타지 소설이 도서관 한 부분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판타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알려진 ‘뱀파이어’와 같이 <오백 년째 열다섯>도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불멸의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가을이’와 같은 야호들(여우요괴)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우로 몸속에 구슬을 지닌 신령한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오래도록 살 수 있습니다.
‘가을이’는 우연히 최초의 야호인 ‘령’을 구합니다. 야호는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령’은 ‘가을이’와 할머니, 엄마가 죽는 순간 그들을 ‘야호’로 만들어 새로운 삶을 줍니다. 그래서 ‘가을이’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오백 년간 열다섯 살로 살아왔습니다. 엄마와 할머니도 신분을 바꾸며 함께 살아옵니다. ‘가을이’처럼 열다섯 살의 나이로 몇 백 년을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된다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행복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을이’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속하지 못합니다. 세 모녀가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을이’의 마음속엔 긴 세월 함께할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3.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세 모녀가 세 쌍둥이로 변신해 같은 반으로 전학을 간 이유는 ‘가을이’를 호랑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중학교 생활에 기쁨을 느끼며 신나게 학교 생활을 합니다. 한편 ‘가을이’는 짝 ‘신우’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기 시작합니다. 무기력했던 신우를 위로해 주며 신우는 그런 ‘가을이’에게 마음을 엽니다.
엄마와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둘이 산다는 신우, 자세히 알고 보니 신우의 할머니이자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예전에 ‘가을이’와 친하게 지냈던 '두심이'었습니다. '두심이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을이’에게 반찬거리를 주며 인정을 많이 베풀었습니다. 그런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가을이’는 식당의 화재 현장에서 어린 신우와 두심이를 구해서 은혜를 갚습니다. 바로 그 손자가 신우였다는 사실에 ‘가을이’는 둘의 인연을 운명으로 여깁니다.
오백 년간 살아온 ‘가을이’에게도 누군가에 대한 설렘이 생겨납니다. 작가는 ‘돌이켜 보면 같은 삶은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말을 통해 늘 반복되는 삶이 지루한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에 대한 특별한 감정들이 특별한 삶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신우에 대한 믿음이 ‘가을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4. ‘가을이’의 선택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
최초의 구슬을 얻기 위해 호랑족은 야호의 우두머리 ‘령’을 없앱니다. 그는 ‘가을이’를 살리기 위해 최초의 구슬을 그녀에게 주었기 때문에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가을이’는 괴로워합니다. 이때 ‘신우’는 가을이의 친구라는 이유로 사라집니다. 또 다른 야호 ‘수수’가 ‘가을이’의 힘을 이용하고자 ‘신우’를 몰래 숨겨놓았던 것입니다. 호랑족과의 싸움에서 ‘가을이’를 이용하려던 ‘수수’는 누구도 죽이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가을이’의 강한 마음을 알게 됩니다. 구슬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가을이’는 호랑족이 야호들을 공격하는 순간 구슬의 힘을 이용합니다. 결국 ‘가을이’는 반목했던 두 종족들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도록 주문을 걸었습니다. 싸움이 무의미해진 두 종족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일상을 회복했고 세 모녀 역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이 소설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여러 가지 전설들이 곳곳에 나와 익숙함을 선사합니다. 또한 인간으로 변한 여우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상상력이 배가되어 참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판타지 소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때 이 소설을 읽고 잠시 상상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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