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년을 위한 스테디셀러
‘우리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는 ‘뉴베리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대표적인 청소년 추천 도서이자 스테디셀러로 많은 학생이 이미 읽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몸으로 체험하는 직접 경험과 책이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기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맛있는 김치찜을 먹고 있는 영상을 볼 때, 먹었던 경험이 떠올라 입에서 침부터 고일 것입니다. 알던 맛이기 때문입니다. 가보지 못한 나라의 기후, 정치, 관광지 등도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치 경험한 것처럼 내 기억에 저장됩니다. 이와 같은 간접 경험의 원천들은 수많은 책과 컴퓨터 클라우드 등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내용을 수집할 때,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취사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짜뉴스, 해로운 정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 등 부정적이고 삐뚤어진 내용들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걱정될 정도입니다.
<기억 전달자>가 사는 사회는 해로운 환경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사회입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가족들도 위원들이 회의를 거쳐 인위적으로 구성합니다. 개개인의 성격과 직업을 분석해서 평화로운 가족으로 조합해 줍니다. 모든 가정이 완벽해서 갈등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쟁과 기아, 빈부격차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장소, 소위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유토피아’가 바로 이곳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완벽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열두 살 ‘조너스’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 생깁니다.
2. 첫 번째 줄거리
열두 살 소년 ‘조너스’는 보육사인 ‘아빠’와 법무부에서 일을 하는 ‘엄마’, 그리고 아홉 살 여동생 ‘릴리’와 오붓하게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빠보다 똑똑하지만, 아빠가 가진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 엄마와 잘 어울려 위원회에서 이 둘을 부부로 만들어 줍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직업도 위원회에서 열두 살에 부여합니다. 아이의 재능과 성품을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직업을 주는 것입니다. 산모도 하나의 직업으로 3년에 한 명씩 아이를 낳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역시 부부가 낳은 핏줄로 이어진 아이가 아니라 위원회에서 인위적으로 정해준 아이들입니다. 가족들은 식사 때마다 각자의 기분을 차분하게 말하고 전날 꾼 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늘 안정적인 생활이 지속됩니다. 주인공 ‘조너스’는 단어도 신중하게 선택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애셔’와 사과 던지기 놀이를 하는 ‘조너스’는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사과가 한 순간 달라 보였던 것입니다. ‘조너스’는 사과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몰래 집에 가져옵니다.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집으로 음식을 가져간 ‘조너스’에게 경고 방송이 나옵니다. ‘조너스’는 다음날 학교에 가서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사과합니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편 아빠는 자신이 보육하는 ‘가브리엘’에 대해 걱정합니다. 아이가 잠을 잘 자지 않고 많이 보채기 때문에 ‘임무 해제’가 될 수 있어서 자기가 당분간 돌보겠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자기 역할을 다한 노인들은 ‘임무 해제’가 되고 규칙을 3번 이상 어겨도 ‘임무 해제’가 됩니다. 다음날부터 임무 해제된 사람들은 볼 수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 수도 완벽하게 조율됩니다. 색깔도, 빛도 볼 수 없습니다. ‘늘 같음 상태’로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정해진 삶의 방식으로 살며 선택의 자유도, 규칙을 어길 잘못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감정이나 사생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 사회입니다. 특히 ‘조너스’가 열두 살이 되어 여자 친구에게 느꼈던 호감도 약물로 없애게 만드는 사회입니다. 사랑, 고통, 기쁨, 슬픔, 아픔 등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무미건조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조너스’는 열두 살 의례에서 어떤 직업을 받게 될까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절한 직업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는 ‘조너스’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3. 두 번째 줄거리
열두 살 의례식에서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택됩니다. 사과할 수 있는 용기와 신중함 등 ‘조너스’의 성품이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기억 보유자’란 ‘기억 전달자’로부터 임무를 전달받아 차기 ‘기억 보유자’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른 직업과 달리 특별합니다. 오로지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고, 비밀을 지켜야 하며, 때에 따라 거짓말도 할 수 있습니다. ‘기억 전달자’는 마을에서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위원회의 결정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합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조너스’는 그에게서 앞세대 ‘기억 전달자’의 기억을 차근차근 전달받습니다. ‘조너스’에게 전달되는 기억들은 ‘기억 전달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눈 속에서 썰매 탈 때의 기쁨과 차가운 경험, 햇빛을 느낄 때의 따뜻한 감정, 전쟁의 충격적인 고통, 다채로운 색깔, 사랑의 감정 등 수많은 감정을 모조리 물려받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조너스’는 스승의 아픔과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습니다.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조너스’는 쌍둥이 아이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몸무게가 덜 나가는 쌍둥이 아이 하나가 임무 해제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보육사인 아빠가 슬픈 기색 하나 없이 주사로 아기를 없애는 모습을 보며, ‘조너스’는 임무 해제의 진정한 뜻을 이해합니다.
자기보다 앞서 ‘기억 보유자’로 선택된 ‘로즈메리’도 수많은 고통을 경험하고 임무 해제를 스스로 신청해 세상을 달리한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 전달자’의 딸이었음도 알게 됩니다. 유일하게 모든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그에게 딸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잘못된 일을 알고 떠나기로 결정한 ‘조너스’에게 시간을 앞당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저녁 식사 때 아버지가 아기 ‘가브리엘’이 내일 아침 임무 해제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조너스’는 가브리엘을 살리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끝없이 도망을 칩니다. 굶주림과 추위를 느끼며 새로운 세상을 찾기 위해 도망가는 그들. 마지막으로 그들이 도착한 곳은 썰매를 탔던 기억 속 그 장소였습니다. 썰매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조너스’는 알지 못했던 음악에 대해서도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자기가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4.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선구자
사전에 보면 기억이란 ‘예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것’ 또는 ‘심리 사물,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이라고 합니다. ‘기억 전달자’는 수많은 기억을 지니고 필요한 순간 끄집어냅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나쁜 감정들을 그만 유일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기를 희생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는 고통과 괴로움, 전쟁 등 세상의 나쁜 것으로 도망치기 위해 ‘늘 같음 상태’가 유지되는 세상입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나쁜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사랑의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작가의 이러한 상상력은 우리에게 의문을 던집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런 사회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개인의 결정 없이 누군가에 의해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삶일까?’하는 다양한 생각입니다. 선별된 기억에 의해서만 사는 그들의 삶은 마치 감정이 없는 로봇과 같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라는 격언처럼 힘든 일을 겪은 후에 사람은 더 성장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통제된 기억으로 무미건조한 생활, 성장하지 못하는 생활을 합니다.
안락한 삶을 벗어나고자 도망친 ‘조너스’. 그는 세상의 파괴자이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요? 다시 한번 내가 사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사회에서 나의 역할과 나의 선택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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