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판사 문학동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 말하는 이는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숨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전달하는 정보가 진실과 다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흔히 드러날까 싶어 불안감을 느끼고, 죄책감 또는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학교에서 흔히 할 있는 자기 소개 방법으로 다섯 문장 중 네 문장은 진실, 한 문장은 거짓으로 말해 듣는 이의 흥미를 높이고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다.
‘소리’는 전학생 오채운이 ‘이중 하나의 거짓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과 ‘나는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본다.’라고 친구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으로 꾼다. 이 아이들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1. 채운의 이야기
오채운은 골드 리트리버 ‘뭉치’와 이모네 집에서 산다. 엄마가 아버지를 칼로 찔러 감옥에 있기 때문이다. 만취한 아버지가 칼로 엄마를 위협하자 채운이 이를 막고, 아버지가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엄마는 채운을 대신해 자신이 그 죄를 뒤집어쓴다.
컴퓨터로 외국어 공부를 하던 채운은 ‘당신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채운은 아버지가 돌아올까봐 늘 불안해 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가정 폭력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숨기기 위해 채운과 채운의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
2. 지우의 이야기
지우의 엄마는 식당 일을 하며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 뇌암 판정을 받았다. 그런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동해로 여행을 떠나기 전 지우에게 태블릿 피시와 전자펜을 사주고 인생 네 컷을 찍는다. 이 경험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은 지우만의 소중한 추억이다. 엄마는 동해 여행에서 죽는다. 한밤중에 홀로 방파제를 산책하다 발을 헛디디셨기 때문이다. 세상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 지우는 엄마가 이런 마음으로 자살하지 않았을까 두려워한다. 엄마의 죽음으로 엄마의 남자친구와 살게 된 지우, 지우는 도마뱀 용식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키우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잠시 돈을 벌러 나간 지우는 도마뱀 용식을 친구 소리에게 맡긴다.
3. 소리의 이야기
소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 당사자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안다. 누군가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소리만의 비밀이다. 채운의 강아지 ‘뭉치’를 만지자 뭉치의 죽음을 알고 채운에게 뭉치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전하며 채운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킨다.
소리의 거짓말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숨기는 것이다. 소리는 돌아가신 엄마를 간병했을 때를 생각하며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가 선명하게 보여야만 하루를 안도하며 시작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그런 소리는 요양병원에 있는 채운의 아버지 손을 잡고, 채운의 속마음을 모른 채 채운에게 아버지가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상대를 배려한 거짓말이 상대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다.
4. 가족의 죽음 그리고 성장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은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제목이 아니다. 이 소설 속 거짓말은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진실 왜곡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한 삶의 방법 중 하나다.
이 소설은 채운, 지우, 소리 3명의 청소년이 자신의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며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각 인물들은 자신을 감추기 거짓말을 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속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을 때 성장하게 된다.
지우는 엄마가 자살이 아닌 실족사라는 말을 듣는다. 살려달라는 마지막 말을 전했을 때 마음의 짐을 던다. 채운도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 어머니의 속마음을 듣게 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소리 역시 자신의 비밀을 채운에게 말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