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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 추천 ┃ 김애란 『바깥은 여름』

by 넓은길 202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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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바깥은 여름출판사 문학동네

 책 제목 바깥은 여름은 뜨겁고 열정적인 더위를 상상하게 하지만 반대로 안은 겨울이라는 반대 상황을 짐작하게 만든다.

이 책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상실이다. 바깥은 여름과 반대로 내면은 차가운 겨울처럼 시리고 아프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매 챕터마다 삶 속에서 늘 마주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은 상실감과 아픔이 담담한 어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실의 고통이 끔찍하리만큼 공감이 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된다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2017년 여름에 출간된 이후,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고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소설은 나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한다.

 

1. 입동

입동은 이십사절기의 하나로 이때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한 가족에게 겨울의 시작은 무엇일까?

아내와 아들 영우, 그리고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은 이십여 년간 셋방살이를 하다가 분양면적 24, 20년된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산다. 아내는 반년 이상 공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며 단란한 3인의 보금자리를 만든다. 평범하고 소박한 보통의 가정이었던 그들의 집에 상실이 찾온다. 아들 영우가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진 것이다. 집안 도배도 열심히 했던 아내는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점차 줄고 베란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는다.

여보, 영우가 있는 곳 말이야. 여기보다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거기에는 영우가 있으니까.”

입동이 시작되는 11, 복분자가 튄 벽지를 새로 도배하며 아내는 영우의 사망보험금을 헐어 빚을 갚자고 한다. 도배를 하며 영우가 자신의 이름을 쓴 낙서를 발견하고 남편과 아내는 눈물을 흘린다. 물먹은 풀이 몸에서 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지고 아이를 잃은 부부의 떨림만이 남는다.

이 책의 첫 번째 단편 <입동>은 세상 무엇보다 슬픈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52개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아픔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2. 노찬성과 에반

 골육종에 걸린 찬성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다. ‘고의’, ‘증거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보험금을 찬성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아버지 죽음에 대한 슬픔을 모를 나이인 찬성은, 휴게소 분식 코너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어느날 등나무 벤치에 묶인 흰 개를 본 찬성, 손바닥을 핥은 개를 통해 찬성은 난생 처음 부드러운 무언가를 느끼며 에반을 키우게 된다. 2년간 에반과 동고동락한 찬성은 에반의 건강 상태가 나빠짐을 알고 동물병원에 데려간다.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에반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암에 걸린 아빠를 떠올린다. 찬성은 에반의 안락사를 위해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힘들게 한다. 에반을 위해 쓰려던 돈은 핸드폰 액정을 위한 보호필름과 터닝메카드 상품에 사용되며 에반의 안락사 일정을 늦추게 만든다. 어느 날 집에 에반이 없음을 알게 되고 찬성은 에반을 찾으러 불 켜진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 본다. 주유소 쓰레기통 옆에 선홍색 피가 새어나오는 자루를 보며, 찬성은 그 개가 일부러 차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 찬성은 할머니가 늘 하던 용서라는 말을 떠올린다.

반려견의 조건 없는 사랑을 느껴본 찬성에게 에반은 제일 든든한 가족이며 찬성에게 제일 소중한 존재다. 전단지 아르바이트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에반의 평화로운 죽음을 위해 돈을 모았던 찬성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 돈을 써버린다. 고통스러운 에반은 죽음을 택하고 이에 대해 자책하며 용서를 구하는 찬성. 에반의 죽음에 양심을 가책을 느끼는 찬성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강아지를 잃은 찬성의 상실감이 더 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죽음은 생명을 지닌 존재에게 당연히 오는 자연의 섭리이다. 아버지 죽음에 대한 슬픔의 의미를 몰랐던 찬성은 에반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 헤어짐의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삶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늘 현재진행형에 있다. 아픔의 시간이 흘러가면 찬성은 또다른 만남을 가지며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3.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코트랜드에 사는 사촌언니로부터 한 달간 머무르라는 권유를 받은 명지. 명지는 열무김치를 담그던 날, 남편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선생님인 남편 도경은 자신의 학생을 구하다가 같이 물에 빠져 죽었던 것이다. 장례식에 다녀온 후 널부러진 김치 재료들을 보며 평범했던 일상이 자신에게 다르게 다가옴을 느낀다.

남편처럼 스마트폰 시리에게 질문하는 명지에게 인공지능은 자신이 이해하는 삶이란 슬픔과 아름다움 사이의 모든 것이라고 답변한다.

슬픔을 안은 채 스코트랜드에 간 명지는 그곳에서 장미색 비강진이라는 피부병을 앓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며 급성 염증 질환으로 생긴 병임을 깨닫는다.

한없이 슬픔을 안고 사는 명지는 동창 현석을 만난다. 남편이 잘 있냐는 그의 질문에 명지는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으로 돌아온 명지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죽은 제자의 누나가 보낸 편지에는 동생이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닌 권도경 선생님의 손이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명지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시리가 되물었다. - 어디로 하는 경로 말씀이세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사람의 가장 큰 스트레스 1위는 배우자의 죽음이라고 한다. 인생의 반려자의 죽음을 경험한 명지의 고통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이 소설은 세월호 사건을 연상하게 만든다. 수많은 어린 생명과 소중한 가족을 잃은 아픔을 어느 것에 비교할 수 있을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는 소설의 제목의 답은 명확하다. 사랑하는 이가 있는 그곳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한 아픔의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진행되고 시간은 흐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최종 정착지는 사랑하는 이가 있는 그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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